‘이건희 vs 이재용’ 누가 타이타닉호 선장될까?
‘이건희 vs 이재용’ 누가 타이타닉호 선장될까?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2.03.05
  • 호수 8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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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체 엘피다 파산...삼성전자는 안전한가?

오너십 경영과 관치를 주도하는 기업

스피드한 혁신과 도전적 면모 사라져

 

세계 3위 일본 최대 D램 반도체 업체인 엘피다가 파산 신청을 냈다. 엘피다는 그리스어로 ‘희망’을 뜻한다. 이러한 기업 명칭에도 불구하고 절망을 안겨주었다. 제조업체 사상 최대 규모 파산이다. 전자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일본 국민들에겐 제조업 쇠퇴를 싱징으로 받아 들여졌다.

엘피다가 삼성전자에 패한 5가지 이유가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실종, 기업 아닌 정부주도, 명확한 목표와 로드맵 부재, 개혁과 혁신 상실, 사업 포트폴리오 부재 등을 꼽았다.

세계 1위 D램 생산업체인 삼성전자(시장점유율 45%)는 어떤가. 안심할 수 없다. 엘피다와 닮은꼴 경영 때문이다. 게다가 경영권마저 불안하다. 3세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창업주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삼남인 이건희 삼성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결과에 따라 지배구조가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 vs 엘피다’ 기업가 정신

성공한 기업의 특징이 있다. 기업가 정신이다. 삼성의 성공도 기업가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은 사업보국(事業報國)과 인재제일(人材第一)을 경영철학으로 삼았다면, 이건희 회장은 ‘자율경영·기술중시·인간존중’의 제 2창업 정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거 삼성이 국가를 위해 사업을 영위해 왔다면, 국가의 테두리를 넘어서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의미이다.

이건희 회장의 명품을 지향하는 질 위주 경영과 인재 경영은 세계 전자업계를 선도하던 SONY를 제치고 세계적인 전자업계의 선도 주자가 됐다.

SONY, 엘피다 등 일본 기업의 추락은 기업가 정신 쇠태 때문이라는 게 일본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경영자는 있지만 기업가는 없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업가 정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도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어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삼성차의 뼈아픈 실패를 교훈삼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며 삼성전자를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기업가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삼성은 기로에 서 있다. 3세 경영승계가 가시화되고 있다.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을 3세 경영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얼마만큼 이어갈 것인가가 숙제이다.

이 사장은 2000년 505억원을 쏟아 부으며 삼성의 인터넷지주회사인 e-삼성을 비롯해 계열사인 삼성엔터내셔널, 오픈타이드코리아, 이누카, 뱅크풀, 인스밸리, 이너즈 등 총 14개 계열사를 설립했지만 닷컴버블이 꺼지며 실패하고 해체됐다. 이후 삼성전자에 복귀해 경영자수업을 받고 있다.

그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경험삼아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을 가졌는가에 대해선 미지수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에 진단이다. 이것이 3세 경영승계에 또 다른 숙제인 셈이다.

 

엘피다의 실패는 정부주도 사업

엘피다의 실패 원인 가운데 하나가 정부와의 유착이었다. 엘피다는 한국, 대만 등 반도체 업체가 급성장하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NCC-히타치-미쓰비시가 연합해 만들어졌다. 반도체는 국영사업이었다. 엘피다가 파산 위기에 내몰렸을 때 일본 정부는 수천억 원의 공적자금을 긴급 투입했다. 이른바 관치기업이었다.

삼성은 어떤가. 정경유착의 뿌리가 깊다. 일제해방-6.25전후-산업화-현대화 과정에서 정권과 유착했다. 4.19 학생의거 당시 이병철 회장은 부정축제자로 몰렸다. 서울대 학생들은 “민족의 피를 빤 이병철을 즉각 구속하고 민족적 대죄를 진 악덕재벌의 재산을 몰수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5.16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는 부정축재환수절차법을 공포해 재벌들에게 면죄부를 준다. 이후 박정희 정권과 유착했다. 66년 삼성은 막대한 검은 돈을 조성하고자 사카린 밀수사건을 벌인다.

삼성전자도 박정희 전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가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다. 당시 ‘전자공업진흥법’을 제정해 돈도 대고 공단도 만들어줬다.

국내 1위 삼성은 세계적인 글로벌기업이다. 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삼성이 있었을까 의문이다. 매 정권 말기마다 정경유착으로 곤혹을 치렀다.

지난 2007년 삼성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부패가 폭로했다. 1997~2004년에 사업상 특혜를 받으려고 고위 정치인, 언론인, 관료, 법조인(현직 검찰총장 포함) 수십 명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재계분석 연구기관인 재계3.0의 최명철 연구소장은 “삼성은 과거 정권마다 정경유착으로 곤혹을 치뤘다. ‘권력은 짧다. 기업은 영원하다.’ 이 말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정경유착을 벗어나 투명경영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명확한 목표와 로드맵 회복 관건

1990년대 이후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은 D램 경쟁을 했다.

당시 일본의 상장기업 CEO의 절반이 60대를 넘었으며, 대기업의 경우 평균연령이 64세이다.연령이 높은 CEO들은 무사히 임기를 채우고 은퇴하기를 바란다. 그 결과 80~90년대 이후 일본 재계에서 리스크를 지고 과감한 투자를 하거나 창조적 활동을 하지 않았다. (2002년 통계자료).

일본과 달리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직접 반도체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오너가 책임지고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했다. 결국 일본 업체를 따라 잡았다.

하지만, 삼성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방향을 잃었다. 에버랜드 불법전환사채 사건, X-파일 사건,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등 연이은 사건이 터진 탓이다.

2009년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 약 2년만이 2010년 3월에 복귀 했다. 내부에서조차 부정부패와 관련된 사건이 터졌다. 이 회장은 “부정부패가 삼성 전사에 퍼져있다”면서 “제대로 처벌하라”고 격노했다.

삼성은 일련의 사건들을 수습하는데 시간을 허비하면서 명확한 목표와 로드맵을 잃었다.

IT시장이 하드웨어(몸통)에서 소프트웨어(두뇌)로 전환되고 있다. 삼성은 하드웨어 부분에선 강자이다. 소프트웨어 부분에선 약자나 다름없다.

삼성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휴대폰 시장에서도 1위이다. 휴대폰 시장의 1위 자리는 기반이 튼실하지 못하다. 우선 애플(iso)과 구글(안드로이드)에 비해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운영체제(OS)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 자체 운영체제인 ‘바다’가 있지만 시장지배력이 부족하다.

삼성은 매출 36조원, 영업이익 2조900억원이다. 애플은 매출 28조원, 영업이익 8조원이다. 매출은 삼성이 28%많았지만, 영업이익은 애플이 2.7배가 많았다. (2011년 1분기 기준). 이 같은 삼성의 실적은 환율에 따른 환차이익을 포함하고 있다. 엔화와 달러 강세로 삼성은 앉아서 돈을 벌었고, 엘피다는 1000원짜리를 팔면 150~200원의 손실을 봤다.

이는 IT사업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변화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삼성이 소프트웨어 개발보다 하드웨어 개발에만 역점을 둔 것은 명확한 목표와 로드맵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성장에 한 축이었던 스피드 경영과 혁신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사업포트폴리오 문제점

삼성은 엘피다에 비해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반도체에서 전자, 보험, 금융, 유통 등 다양한 사업군을 갖고 있다. 기업의 특정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3세 경영에 있다. 사회는 기업에 투명성과 동반성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3세 경영이 가시화되면서 골목상권까지 넘봤다. 결국 정부와 사회에 반대에 부닥치며 골목상권에서 철수했다.

재계3.0의 최명철 소장은 “삼성도 안전할 수 없다. 기업은 살아 움직여야 한다. 이는 기업가 정신이 살아야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2000년대 이후 3세 경영이 가시화되면서 삼성의 기업가 정신을 소멸되고 있다. 창업주의 사업보국과 이건희 회장의 인류공영의 경영철학은 사라져가고 있다. 3세들에 돈이 되면 뭐든지 한다는 안일한 경영철학은 결국 삼성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업은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경영철학을 통해 동반성장해야 한는 것”이라고 했다.

삼성의 자랑이던 경영철학이나 스피드 경영, 목표, 로드맵 등 모두가 사라지고 있다. 일본 기업의 쇠태를 교훈삼아 삼성이 3세 경영을 바로 안착하기 위해선 CEO자기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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