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젊은 피 거느리고 '뉴 롯데' 포문 연다
신동빈, 젊은 피 거느리고 '뉴 롯데' 포문 연다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7.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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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본부 경영혁신실로 재편, 그룹 2인자에 황각규

- 유통·화학·식품·호텔 4개 부문 개편, 50대 전진 배치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 롯데가 일대 쇄신에 나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대대적인 그룹 조직개편과 세대교체를 통해 뉴 롯데 체제를 구축했다.

이번 롯데그룹 계열사 CEO 인사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신동빈 회장이 2011년 취임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주도한 조직개편이기도 하다. 경영권 분쟁과 특검 수사 이후 대내외적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 회장의 공고한 친정체제 구축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된다. 황각규 사장의 그룹 2인자 등극도 눈에 띈다.

 

신동빈 체제 강화

 

롯데는 21일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화학 식품부문 9개 계열사 및 단위조직의 이사회를 열고 2017년 조직개편 및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조직 개편과 인사에는 정책본부 구조조정, 계열사 책임경영 지향, 컴플라이언스 강화 등 지난해 10월 신 회장이 발표한 경영쇄신안의 핵심 내용이 반영됐다. 기존의 정책본부는 31일부로 그룹 사업을 주도할 경영혁신실과 그룹 및 계열사의 준법경영체계 정착을 위한 컴플라이언스위원회라는 두개의 큰 축으로 분리된다. 이 과정에서 경영혁신실4개 팀(가치경영팀, 재무혁신팀, 커뮤니케이션팀, HR혁신팀)으로 줄었다. 전체 계열사도 유통, 화학, 식품, 호텔 및 기타 등 4BU로 나눠 운영한다.

경영혁신실은 신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불리는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사장·62)이 이끌게 된다. 인사와 재무 등 핵심 업무를 소화할 예정이다. 정책본부에서 나뉘어진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는 준법경영 및 법무, 감사 기능만 수행해 경영혁신실장에게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황 실장은 1990년 신 회장이 경영 수업을 위해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입사했을 당시부터 보좌해온 측근 중의 측근이다. 당시 한국어에 서툴렀던 신 회장에게 일본어 보고를 한 일화로 유명하다. 신 회장을 따라 1995년 그룹으로 옮겨 신규사업 및 인수합병(M&A), 해외사업을 담당하면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 이인원 부회장의 사망 이후 사실상 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 관리를 책임져 왔다. 최근에는 옴니채널 구축과 인공지능(AI) 도입 등 그룹의 혁신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황 사장과 함께 그룹의 한 축을 담당했던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66)은 신동빈 회장이 맡고 있던 사회공헌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룹의 중량감 있는 인사이자 추진력이 강한 소 사장에게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을 맡겼다는 설명이다. 소 사장은 또 회장 보좌역도 맡아 지근거리에서 신 회장을 보필하게 됐다.

 

BU, 부회장으로 격상

 

또 신 회장은 그룹의 주력 사업을 유통, 화학, 식품, 호텔 및 기타 등 4개 분야(BU·비즈니스유닛)로 나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주회사 전환의 틀을 마련했다.

4BU는 사업분야별 관계 계열사들 공동의 전략 수립과 국내외 사업 추진 및 시너지를 높이는 업무에 주력한다. 4BU 아래로 94개 그룹 계열사가 분류 관리된다. 4BU장에는 주력 계열사 대표들이 상향 이동했다.

화학 BU장은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65), 식품 BU장은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대표(63)가 맡았다. 유통 BU장과 호텔 BU장에는 각각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60)와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62)가 임명됐다.

이 중 이원준 BU장과 이재혁 BU, 송용덕 부장은 22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국민 정서를 고려해 재판이 진행 중인 허수영 BU장 등은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다.

고참 사장들이 BU장으로 이동하면서 주력 계열사 CEO들은 55~60세로 대폭 젊어졌다.

화학 부문의 주력계열사인 롯데케미칼 대표에는 김교현 말레이시아 롯데케미칼 타이탄 대표(59)가 사장으로 승진했고 롯데정밀화학 대표에는 이홍열 부사장(59)이 내정됐다.

식품 부문의 롯데칠성음료의 음료 BG(사업군.Business Group) 대표는 음료 마케팅과 영업을 총괄해왔던 이영구 음료영업본부장(55), 주류 BG대표는 주류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이종훈 주류영업본부장(55)이 전무 승진을 하면서 맡게 됐다.

또 롯데홈쇼핑은 롯데백화점의 대관 업무를 담당해온 이완신 전무(57)가 자리를 이동해 대표로 내정됐다. 롯데백화점 신임 대표에는 유통 전문가 강희태 차이나사업부문장(부사장·58)이 선임됐다.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57)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호텔롯데 대표에는 김정환 부사장(59)이 임명됐다.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는 부사장(59)으로 승진했다. 롯데물산은 박현철 사업총괄본부장(57)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대표로 선임됐다. 롯데로지스틱스도 박찬복 경영관리·유통물류부문장(59)이 전무 승진과 함께 신임대표로 선임됐다.

롯데카드는 새 대표이사에 롯데자산개발의 김창권 대표이사(59)를 내정했다. 롯데자산개발의 신임 대표이사에는 이광영 리싱부문장(55)이 내부에서 발탁됐다. 롯데정보통신의 마용득 대표와 롯데엠알시 조재용 대표는 유임과 함께 각각 부사장, 전무로 승진했다. 한국후지필름은 롯데마트의 박호성 전무(59)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롯데마트 김종인(54) 대표, 코리아세븐 정승인(59) 대표는 연임됐다.

여성 중에서는 롯데칠성음료의 디자인 분야 전문가인 진은선 상무보가, 롯데제과의 파키스탄 콜손(Kolson) 법인장인 압둘 라티프 상무가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20123명에 불과했던 여성임원은 5년 만에 21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실적과 성과 중심으로 젊은 인재와 여성을 대폭 발탁한 것이 이번 인사의 최대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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