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선서 '나몰라라', 아픈 아이 ‘인질’ 잡은 의사들
히포크라테스 선서 '나몰라라', 아픈 아이 ‘인질’ 잡은 의사들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7.0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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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에 과징금 5억 원 '철퇴'

아픈 아이를 인질로 잡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나몰라라한 의사들이 철퇴를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는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회장 임현택, 이하 소청과의사회)가 구성사업자인 의사들의 달빛어린이병원 사업 참여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 시정조치 및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소청과의사회는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의 확대를 막기 위해 소속 회원인 의사들의 달빛어린이병원 사업 참여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20152월부터 사업취소 요구, 징계방침 통지, 온라인 커뮤니티 접속제한 등의 방법으로 참여를 방해했다.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이란 보건복지부가 20148월부터 소아환자가 야간·휴일에도 일반병원에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평일은 밤 1112시까지 휴일은 18시까지 진료하는 병원을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해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소청과의사회는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을 방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썼다. 먼저 이들은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해당 사업을 취소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이들은 20153월 충남 소재 A병원, 20155월 부산 소재 B병원과 직접 접촉해 사업취소나 사업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A병원은 바로 사업 취소를 신청했고, B병원은 사업 종료 후인 20161월 어린이병원 사업취소를 신청했다.

두 번째로 이들은 달빛어린이병원 사업 참여를 지속하는 경우 소청과의사회의 회원자격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징계안을 2015년 결의해 회원들에게 통지했다. 회원자격이 제한되면 소청과의사회가 개최하는 연수강좌, 의사회 모임 등에 참여할 수 없게 되고 소청과의사회 내의 선거권·피선거권이 제한되는 불이익을 받았기 때문에 회원들에게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세 번째로 이들은 소청과 전문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페드넷(www.pednet.co.kr)’에 달빛어린이병원 사업 참여 의사들의 접속제한을 요청해 실제로 접속이 제한되도록 했다. 페드넷은 의료기기·소모품 쇼핑몰과 구인구직 게시판 등의 정보교환 공간으로 구성된 사이트로, 소청과 전문의들이 이를 통해 최신 의료·구인구직 정보를 획득하고 있어, 접속이 제한되면 병원운영과 진료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된다.

또한 이들은 달빛어린이병원 사업 참여 의사들의 성명·사진·경력 등을 페드넷에 공개해 비방 글을 작성하고, 페드넷 접속제한·연수강좌 금지 등의 불이익을 고지하는 등 심리적인 압박을 가했다. 실제로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 소재 C병원, 경북 소재 D병원 등에 근무하는 일부 의사들은 페드넷에 자신의 정보가 공개되고 비방글이 게시되자 심리적 압박을 받아 해당 병원을 퇴사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활약(?)으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을 취소한 7개 병원 중 5개 병원이 소청과의사회의 위반행위에 영향을 받아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을 취소했다.

공정위는 이들의 행위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6조 제1항 제3호에 규정한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로 보고 시정조치와 함께 법정 상한액인 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소청과의사회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국민 건강 증진에 앞장서서 기여해야 할 의료 전문가 집단인 소청과의사회가 사업자단체로서의 자신의 힘을 이용해 의료 서비스 시장에서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제한했다소아환자 등에 대한 의료서비스 혜택을 직접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국민 건강과 보건을 위협하는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어 야간 휴일 소아환자 등에 대한 의료 서비스 확대로 소비자 후생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소청과의사회는 1990년에 설립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의 단체로서, 전국적으로 12개의 지회가 있으며 약 3600명의 소청과 전문의가 가입돼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법조항은 다음과 같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26(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사업자단체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3.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

67(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26조 제1항 제2호 내지 제5호의 규정에 위반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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