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과로 공화국’? ‘월화수목금금금 문화’ 바뀔까
대한민국은 ‘과로 공화국’? ‘월화수목금금금 문화’ 바뀔까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7.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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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4명 중 3명, 퇴근 후에도 ‘까톡까톡’... 정치권 ‘퇴근 후 카톡 금지 법안’ 추진

얼마 전 회사원 A씨는 새벽 3시에 일어났다. 카카오톡 메신저로 날라 온 업무지시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평소에는 제대로 잠을 자기 위해 밤 12시 이후에는 소리를 꺼놨지만, 그날은 잊어버리고 잠자리에 든 탓이었다.

이처럼 정보통신기기의 발달로 퇴근 뒤 주로 모바일 메신저 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오는 업무 지시 때문에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조직에 매몰돼 개인의 휴식을 인정하는데 인색한 문화에다 IT기술의 발달로 24시간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과로 공화국이 돼간다는 말까지 나온다.

2016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74%퇴근 후 업무 지시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고, 이중 60%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답했다.

퇴근 후 업무 지시는 회사별·업무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직장인들이 겪고 있다. 종합상사에 다니는 김모(40)씨는 업무 특성상 해외 출장을 자주 가는 편인데 시차를 고려하지 않고 카톡 메시지가 날라와 출장을 가면 제대로 잠을 자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또 다른 김모(42)씨는 업무 진행상황과 관련해 야근자들이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나름 직위가 있어 내 팀에선 금지하려고 하지만 위에서 재촉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가장 스트레스를 느끼는 때는 급하지 않은데도 업무지시를 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여기엔 빨리 보고를 받으려는 상사의 조급증도 한 몫 한다. 한 회사에 다니는 백모(33)씨는 업무 지시 내용 대부분이 다음날이나 월요일에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 지시 수단도 문자메시지에서 사내메신저와 카톡을 거쳐 최근에는 밴드까지 만드는 등 다양화되고 있다퇴근 후 불필요한 업무 지시를 막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바뀌긴 쉽지 않다. CJ그룹은 지난 6월부터 퇴근 후 카톡을 이용한 업무 지시를 금지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아직 그런 문화가 남아 있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관행을 바꾸기 위한 대책도 내놓고 있다.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은 퇴근 후 카톡 금지를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지난 6일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외의 시간에 전자적 전송매체 등을 이용해 업무지시를 내리지 말 것 정당한 사유로 전자적 전송매체 등을 이용해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경우 연장근로로 보아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 법 개정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업무시간 외 카톡 업무지시를 내리는 직장인을 해고하는 등 강력하게 불이익을 주지 않으면 근절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월화수목금금금식 조직문화가 지배하는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예외가 생기지 않도록 포괄적이고 세세하게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업무종료 시각 이후에는 사용자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지 않을 권리인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으로 보장해 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동참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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