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철원 군부대 총기사고 유족 “군대가 아들 죽였다”
[단독] 철원 군부대 총기사고 유족 “군대가 아들 죽였다”
  • 한원석 기자
  • 승인 2017.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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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해당부대 인솔자, 총소리 나니 ‘머리 숙이면서 가자’ 말해”
▲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안치된 이 일병 영정

지난 26일 강원도 철원 한 부대에서 진지공사를 마치고 복귀하다 의문의 총탄을 맞고 숨진 이모(22)일병의 유족들이 분노하고 있다. 유족측이 분노하는 것은 단순히 이 일병의 죽음 때문만은 아니다. 사망 전후로 보여준 군의 대처에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소통안 된 부대

유족에 따르면 26일 오후, 사고가 난 해당 도로를 지나갈 때 이 일병의 부대 지휘관이 ‘(사격장) 통제가 없었다며 그냥 지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휘체계가 중구난방이었다는 것.

숨진 이 일병의 아버지 이모(50)씨는 사격장 관리부대, 사격한 해당사단 정보통신대대, 아들이 소속된 부대의 3개의 부대가 서로 소통이 안됐다고 말했다.

먼저 사격장을 사용하는 부대가 사고가 난 도로 양편을 통제했어야 하는데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유족측은 사격장을 이용한 부대 지휘관이 사고가 난 전술도로 양편으로 병사를 보내면서 근무수칙조차 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해당 병사들은 아무런 지시를 받지 못했다고 군 수사기관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일병이 소속된 부대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장 조사에도 참여했던 숨진 이 일병의 외삼촌인 윤모씨에 따르면 해당 부대 인솔자가 음악을 크게 틀었다고 진술했다. 그래서 총성이 울리는데도 불구하고 23명 정도의 인원을 인솔을 해서 그 길을 지나간 거다고 말했다. 윤씨는 이어 인솔자는 총성을 못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다른 병사들은 총성을 들었다고 진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전 불감증 빠진 군대

사고가 난 사격장은 사단 소속 사격장으로 사단 예하 부대들이 돌아가면서 사격훈련을 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훈련이 쉬는 날을 찾기 힘들다는 것. 그 표적 바로 뒤로 길이 있었다는 건 늘 사고 위험이 존재해 왔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족측은 사격장 바로 위가 군인들이 사용하는 전술통로라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K2소총의 유효사거리는 460m로 알려졌는데, 사격장 사선과 길의 거리는 구글 지도로 살펴보면 380m다.

▲ 사고가 발생한 강원도 철원 모 부대 사격장 구글지도 사진. 사격을 하는 사선과 길의 직선거리는 380m로 알려졌다.

외삼촌 윤씨는 총소리가 나니 지휘관이 머리 숙이면서 가자라고 말했다고 한다군 안전 불감증이 심각하다. 안전 제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씨는 이어 최고로 군기가 쎄다는 사격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일병의 작은 할아버지 이모씨는 군이 그만큼 먹통이다. 사격장 뒤쪽에 옹벽 같은 거 1m만 쌓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다우리가 3~40년 전 군대 갔을 때와 시설이 변한 게 없다. IT세계 1위니 뭐니 하는데 군대는 변한 게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대해 송영무 국방장관은 28일 특별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 특별수사 지시로 (사건을)종합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사단은 이번 사고 외에도 2010년과 2013년에도 총기로 인한 사망 사고가 난 전력이 있다. 아버지 이씨는 군에게 사격장 관리부실, 통제부실 등 책임소재를 사실만 제대로 밝혀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군대에 아들을 보낸 아버지들은 이래서야 군대를 믿고 아들을 보낼 수 있겠냐며 군을 성토하고 있다. 과연 이 사건에 대한 군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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