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업무·책임 없는 미등기임원, 정상적 업무집행 대가 보기 어려워
경제개혁연대, 30일 내 소 제기 없으면 주주 직접 대표소송 제기 예정
[한국증권_조나단 기자] 김준기 DB그룹(舊, 동부그룹) 창업 회장 일가가 회사로부터 과다 급여를 지급받아 회사지배권 남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디비하이텍에 27일 공문을 보내 지배주주에게 보수를 근거 없이 과다 지급한 것에 대해 책임이 있는 김준기(창업회장)·김남호(회장)·조기석(대표이사)·양승주(부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을 요구했다”고 31일 밝혔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DB그룹의 창업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DB하이텍의 창업회장(미등기임원·상근·경영자문)이라는 직함을 유지하며 매년 막대한 보수를 지급받고 있다. 최근 3년간(2021-2023년)DB하이텍으로부터 83억7000만원을 받았다. 장남 김남호 회장 역시 상근 미등기임원(총괄)으로 재직하며 3년간 95억4200만원을 받았다. 둘이 지급받은 보수의 총액은 179억원이다. 같은 기간 경영에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들의 총 보수 59억원의 3배에 달한다.
DB하이텍의 최대주주는 DB이다. 특수관계인의 합산 23.91%에 불과하다. DB는 김준기 창업회장 일가가 지분 43.83%를 보유하고 있다. 김 창업회장 일가는 DB를 통해 DB하이텍을 지배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은 DB하이텍의 미등기임원으로서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등기이사나 회사의 업무를 총괄하는 대표이사에 비해 현저히 과도한 보수를 지급받고 있다. 이들에게 지급한 보수는 업무집행에 대한 정상적인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주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일반주주의 배당으로 돌아가야 할 회사의 이익을 자신에게 특별배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법인의 임원에게 지급한 보수 또는 퇴직금이 과도할 경우 이를 상법 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무효로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14다11888 판결)
법인의 지배주주인 임원에게 지급한 보수가 정상적인 대가라기보다는 법인에 유보된 이익을 분배하기 위한 것일 때에는 대외적으로 보수의 형식을 취하더라도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현행 상법은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상법 제388조)
경제개혁연대는 "실무적으로 주주총회에서 당해연도 등기이사들에게 지급할 보수총액만 승인받고, 개별 임원에 대한 보수는 이사회 또는 이사회가 권한을 위임한 대표이사가 결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현행 상법 규정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관행으로 이어져오고 있다"면서 "김준기와 김남호와 같은 미등기임원의 보수의 경우에는 이러한 주주들의 통제조차 전혀 받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DB하이텍은 매년 발행하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개별 임원의 보수총액을 공개하고 있다. 회사의 보수정책이나 보수 산정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법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은 DB하이텍의 미등기임원으로서 대표이사나 사내이사 보다 월등히 많은 보수를 지급받는 합리적인 이유나 설명도 없다"면서 "이는 DB하이텍의 지배주주로서 회사의 의사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김 창업회장 부자가 주주의 통제 없이 사실상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결정한 것과 다르지 않다. 사익편취의 또 다른 행태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 등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김준기·김남호 회장 부자가 지배주주 지위와 권한을 행사해 ‘보수’ 명목으로 회사의 이익을 개인적으로 빼돌리는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면서 "책임 있는 이사들을 상대로 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소제기청구를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DB하이텍은 경제개혁연대 등 소액주주의 소제기청구에 대하여 30일 이내에 답변하여야 한다. DB하이텍이 책임 있는 이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회사를 대신해 곧바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