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담보가치 부풀려 대출 한도 초과
[한국증권_조진석 인턴기자] IBK기업은행에서 240억원의 금융 사고가 발생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이 신년사 통해 금융사고 제로화를 약속했지만 공염불이 됐다. 금융사고 발생시 최고경영자(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책무구조가 시행되고 있다.
세계일보는 12일 기업은행의 퇴직 직원 A씨가 현직 기업은행 지점장에게 접근해 240억원 규모 부동산 부당대출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금융사고가 발생한 시기는 2022년 6월17일부터 지난해 11월22일까지. A씨는 현직 기업은행 지점장에게 서울 강동구 소재 빌딩을 담보로 239억 5000만원 규모 부당 대출을 받았다. 담보물 가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서류를 조작해 초과 대출을 내준 것으로 알려진다.
기업은행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금감원은 추가로 연루된 전·현직 직원 및 피해금액이 있는지 현장검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기업은행에서 100억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은 2014년 박홍식 모뉴엘 대표가 분식회계와 수출 채권을 부풀려 은행권에서 거액 대출받은 ‘모뉴엘 대출사기’ 이후 10년 만이다.
기업은행 금융 사건과와 관련 은행의 한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담보가치를 부풀리는 초과대출은 근본적으로 치열한 영업경쟁 속에 KPI 실적 달성을 위한 성과주의 때문”이라며 “2∼3년 전부터 부동산 침체로 미분양이 많아지고 부동산 시세가 분양가 아래로 떨어진 영향도 크다”도 설명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신년사에서 “금융사고 제로화를 향한 내부통제와 의식개선 노력”을 강조했다. 김 행장의 약속은 연초 터진 금융사고로 공염불이 됐다. 올해 첫 금융사고 회사가 되는 오명을 뒤집어 섰다.
이번 기업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적발은 감사정보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이다.
기업은행은 60억원 규모의 사업예산을 편성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여신사후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일관리 자동화를 통해 기일 누락에 따른 예상치 못한 손실을 방지하고 상환자금 거래 등도 시스템 제어로 횡령 가능성을 차단해 운영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시스템에 의해 제어되는 영역이 넓어지면서 내부통제가 강화됐다는 평가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아무리 시스템을 고도화해도 금융사고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CEO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철저하게 점검하면 사고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일보가 5대 은행의 공시(10억원 이상 사고)를 분석한 결과, 2024년 금융사고 금액이 가장 컸던 곳은 KB국민은행으로 493억원(5건)에 달했다. 이어 NH농협은행 450억원(6건), 우리은행 379억원(3건), 하나은행 70억원(1건), 신한은행 13억원(1건) 등이다.
금감원은 금융사고가 가장 많았던 우리금융·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를 다음달 발표할 예정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당초 지난해 12월로 예정됐던 발표를 미루면서 “원칙대로 ‘매운맛’으로 시장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라며 강력 제재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