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최원병 회장 재출마 논란...청와대까지 불똥 튈나
농협 최원병 회장 재출마 논란...청와대까지 불똥 튈나
  • 조경호 기자
  • 승인 2011.0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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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사고대응 연이어 발생...책임은 없고 변명만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의 위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적 망신을 뻗치게 한 농협 전산망 사태가 북한 소행이라는 결론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농협을 둘러싼 사건사고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직원들의 횡령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현금인출기에서 직인이 찍히지 않은 ‘불량수표’ 80장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는가 하면 농협 계좌가 온라인 사기사건에 이어 직원 행령사건까지 발생했다.

최원병 회장
지난 3월 11일 농협중앙회의 ‘신·경 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갈 길이 바빠진 중앙회는 각종 악재가 끊이지 않으며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이 같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데는 최원병 회장이 책임자의 리더십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농협중앙회장 회장의 안일한 태도가 만들어낸 총체적 부실이라는 비판이다.

더군다나 최 회장이 열말 재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외부에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비리복마전 농협, 어디로 가나

경남 남해경찰서는 공금 4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남해 군내 모 지역농협 직원 최모(29·여) 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농협의 수납 담당자인 최 씨는 지난달 27일 부서에서 관리하는 공금 중 700만원을 자신이 구입한 대포통장에 이체하는 등 지난 1일까지 모두 17차례에 걸쳐 12개 대포통장에 4억3920만 원을 이체하는 방법으로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농협 측의 고발로 경찰에 붙잡힌 최 씨는 신용카드 대출금을 갚으려고 공금을 횡령했다고 진술했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했다.

금융업계는 농협의 이번 횡령사건이 처음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직원이 저지른 내부 횡령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직원 내부 비리로 몸살

농협 광주지역본부 B지점 출납담당자는 2009년 9월부터 올해 1월 까지 총 5100만원의 현금을 지점 금고에서 꺼내 썼다. 평소 무리하게 사용해온 카드빚을 갚을 방법을 찾지 못한 출납담당자가 결국 자신의 자리를 이용해 고객의 돈을 마음대로 써버린 것이다.

작년에도 10월 농협의 다른 지점에서 한 직원이 8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횡령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당 직원은 2007년부터 다른 은행이 발행한 수표나 어음 등을 입금할 때 금액을 훨씬 부풀리는 수법으로 거액을 빼돌렸다.

위조된 자기앞수표 현금지급 소동

또한 지난 2월 16일 농협 서울지역본부는 변조된 자기앞수표에 속아 3억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무려 ‘억’ 단위의 돈이 가짜 수표에 휘둘린 셈이다. 위조 신분증을 제시한 남성에게 계좌를 만들어주는 바람에 생긴 금융사고도 있었다. 이 남성은 다른 지점을 옮겨 다니며 위조 신분증으로 만든 계좌에서 3억100만 원의 예금을 빼갔다.

실제 이 계좌의 주인은 농협의 VIP 고객인 이모(61)씨로 범인과는 일면식조차 없었지만 농협이 본인 확인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수억 원의 재산을 한꺼번에 날린 것이다.

직인없는 수표 80장 시중 유통

지난 5월초 농협의 한 지점에 현금 인출기에서 직인이 찍히지 않은 ‘불량수표’ 80장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지난 1일 전남의 한 섬마을 선착장에서 직인이 찍히지 않은 수표가 발견됐다. 수표 사용자는 이를 농협에서 인출했다고 밝혔고, 확인 결과 해당 지점 인출기에는 직인이 찍히지 않은 수표 100장이 들어있었다. 무직인 수표는 위조수표로 오해를 살 수 있다.

이에 대한 농협의 대응태도는 가관이었다. 농협 측은 “수표의 공신력에 문제가 생길 수는 있지만 사용해도 된다”며 태평한 반응을 보였다.

1만 7750건 온라인 사기에 계좌 도용

최근 온라인 거래 사기 정보공유 사이트 ‘더 치트(thecheat.co.kr)’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현재까지 1만7750건의 온라인 사기에 농협 계좌가 도용됐다. 한 마디로 온라인 사기꾼들이 가장 선호하는 금융사가 농협이라는 얘기다.

국민은행이 1만641건으로 2위를 기록했지만 농협과는 무려 7109건이나 차이가 나 농협의 계좌도용 실태가 시중 은행권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 이 부문에서 5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는 ‘진기록’도 갖고 있다. 올해에도 2219건의 계좌가 도용돼 이변이 없는 한 올해도 온라인 사기꾼 선호 은행 1위의 악명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5000여개 이상의 농협 지점이 있는데다, 금융실명제 범위 내에서 개인이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 계좌를 개설하는 것까지 일일이 관리·감독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회장, 비상근이라 책임없어

최원병 회장의 책임을 촉구하는 전국농협노조 시위 <뉴시스>
연이은 사건사고로 농협의 공신력은 땅바닥에 떨어졌다. 농협의 수습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농협의 최고 관리자인 최원병 회장은 전산망 사태 때에 보여준 무책임이 농협 전체에 뿌리 내리가 깊게 내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최 회장은 “나는 비상근이라 책임없다”고 했다. 상징적인 1인자일 뿐 실제 업무와 책임은 이재관 전무의 소관이었다는 궁색한 변명이었다. 이른바 ‘2인자’인 이재관 전무가 총대를 메고 “2008년 중앙회장이 비상임으로 바뀐 이후 최 회장에게 법적책임이 없어졌다”면서 자신이 책임지고 자진사퇴했다. MB정권 들어 최 회장이 비상임이 됐으니 책임도 없다는 논리였다.

노조,최원병 회장 사태 촉구

전국농협노조가 즉각 반발했다. 민경신 조합장은 “이번 사태의 중심은 최원병 회장이다”면서 최 회장의 사태를 촉구했다.

금융대란의 발생원인인 비전문가를 IT사령탑에 앉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최 회장이 올해 말로 예정된 중앙회장 선거에 재출마하기 위해 측근인 정종순(정보기술본부 본부장), 김명기 (농협정보시스템 대표) 씨를 중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금융권에선 최 회장의 자리 욕심이 도를 넘었다는 비난이 일기 시작했다. 회장이 직원인사 문제 등에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 회장은 비상근이지만 거의 매일 출근해 주요 업무를 보고 받고, 1만 7000명의 임직원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은 2억 원 가량 받는다.

농협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 회장이 올 말 중앙회장 재출말 위해 주변의 사태압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나 정치권 일각에서 조차 최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포항 동지상고 후배이다. 그의 ‘얼거수일투족’이 대통령과 연관되어 해석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역대정권에선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처리하던 ‘문책인사’가 MB정부에선 실종됐다. 그러다보니 모든 책임은 이 대통령에게 향하는 결과를 자초하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대통령제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근원은 MB의 ‘신상필벌’이 없는 인사스타일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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