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전 삼성부회장, <이건희傳>저자·출판사 상대 소송
이학수 전 삼성부회장, <이건희傳>저자·출판사 상대 소송
  • 최남일 기자
  • 승인 2016.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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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 자신 다룬 내용 불만(?)...저자와 출판사 상대로 각각 4억원 민사소송

이학수 전 삼성부회장이 이건희 삼성회장의 삶을 담은 <이건희傳>의 저자 심정택과 출판사 새로운현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7월 24일자 <일요신문>은 '비즈한국'판을 통해 이 전 부회장이 저자와 출판사를 상대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각각 4억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단독보도했다.

이 전 부회장은 제일모직 경리과 출신으로 섬성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관리)통이다. 이건희 회장의 최측근이다.

이병철 회장의 인맥으로 분류되는 소병해 실장의 후임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20여년 동안 비서실장, 구조조정본부장, 기획관리실장으로 재임하며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했다.

현재 삼성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두지휘를 했다. 이 와중에 편법증여, 대선자금 등 검찰과 특검의 수살르 받기도 했다. 2008년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이건희 회장과 함께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건희傳>에 대해 삼성그룹 측은 무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5년여 전에 삼성그룹을 떠난 이 전 부회장이 손배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전 부회장이 <이건희傳>의 저자와 출판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책 내용에 불만을 가졌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실제 <이건희傳>에는 이 전 부회장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전 부회장에게 소송을 당한 저자는 칼럼니스트 겸 산업분석가다. 1983년 삼성그룹에 입사하여 삼성중공업, 삼성자동차 등에서 근무한 삼성맨 출신이다. 지난해 1월에도 <삼성의 몰락>이라는 책을 냈다.

 심 씨는 <이건희傳>에 대해 “이 책의 메세지는 삼성과 이건희에 대해 잘못 알려졌거나, 왜곡됐거나, 중요하지만 의외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일부라도 바로잡는데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건희 회장을 신화화하는 과정이 너무 지나쳐 ‘이병철 선대회장이 주저하거나 반대했던 반도체 사업을 이건희 회장의 의지로 이룬 것’이라는 논리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삼성의 반도체 사업을 성장·확대시킨 것은 이건희 회장의 공이 맞지만 초기 반도체 사업은 이병철 회장의 확실한 업적”이라고 주장한다.

 심 씨는 1997년 이건희 회장이 직접 저술한 알려진 자전석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는 이건희 회장이 쓴 것이 아니라고 적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시에 기획재정부 중심의 경제관료들이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찬성표를 던지도록 컨트롤했다는 주장한다. 

<일요신문>은 형사소송이 아닌 민사소송만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형사소송의 경우 고소인이 경찰이나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민사소송의 경우 변호사가 대리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변호사에 조언을 받아 해석했다.

삼성관계자는 이 전부회장에 고소건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오래 전에 회사를 떠나신 분으로 개인차원의 소송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다"며 "책에 등장하는 분들이 이 전 부회장과 같은 고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출판사 서평>

위기의 삼성, 그 해답은 이건희에 있다

이건희를 이야기함에 있어 삼성은 절대 빠져서도, 뺄 수도 없는 존재다. 이건희가 곧 삼성이고, 삼성이 곧 이건희이기 때문이다. 그런 삼성이 현재 위태롭다.

대구의 과일가게에서 시작한 삼성상회를 재벌로 키운 이병철 1세대 경영,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규모의 초국가 기업 삼성을 일구어낸 이건희 2세대 경영. 여기까지 삼성은 잘 나갔다. 하지만 이건희 유고에 따른 이재용 3세대 경영체제에 들어서면서 삼성은 신수종 사업 개발 및 인사 정책의 실패 등 모든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과 경쟁사 대열에 있던 애플과 구글 등은 미래 산업의 꽃인 스마트카 사업에 뛰어들면서 삼성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또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은 시장 점유율 1위이지만, 이 시장의 영업이익 90퍼센트는 애플이 가져가고 있다. 애플의 파트너로 세계최대의 가전 OEM 업체이자 폭스콘의 모기업인 대만계 홍하이 그룹은 104년 역사의 LCD 원천 기술을 가진 일본 샤프를 인수했다. 통신네트워크 업체로 출발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는 막강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삼성을 밀어내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초국가 기업 삼성이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삼성맨 출신으로 《삼성의 몰락》과 《현대자동차를 말한다》를 이미 출간한 경험이 있는 저자의 해답은 간단하다. 삼성에 새로운 관점을 부여해 삼성을 새롭게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여러 통제 속에서 흘러나온 자료와 책을 통해 본 삼성은 잠시 잊고, 다소 불편하지만 긍정적인 시각에서 삼성을 촘촘히 들여다봐야만 삼성의 미래를 객관적으로 전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다 보니 현재의 삼성이 위기에 빠진 원인이 나왔다. 그것은 바로 이재용 경영체제에 실패의 요인이 있다는 것이고, 여러 견해가 있지만 이를 극복하려면 이건희의 경영방식을 좀더 면밀히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편견이나 환상을 갖지 않고 이건희의 삼성시대를 있는 그대로 보면, 역설적이게도 삼성은 우리 개인의 삶과도 무관하고, 실질적인 대한민국 경제 발전과도 깊은 상관관계가 없다. 단지 기업의 가치적인 측면만 중요하게 다가온다. 그런 관점에서 봐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삼성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즉, 삼성은 국가 위에 있는 기업이 아니고, 현재 극심한 위험에 처한 하나의 기업일 뿐이다.

이건희 VS 이재용

이건희 체제는 삼성 내부의 힘으로 경영 승계를 완성했기 때문에 안정적이었다. 즉, TK(대구 경북)의 대부이자 삼성물산 회장 위치에 있던 신현확은 이병철의 사망 직후 이건희로의 경영 승계를 위해 정권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고, 노태우 정부 때까지 그 역할을 맡으며 체제 구축에 큰 기여를 했다.

이와 달리 이재용 체제는 삼성 외부의 힘으로 경영 승계를 완성했기 때문에 불안정하면서도 이후 치명적인 약점이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외부 세력은 다름 아닌 박근혜 정부고, 실무 담당자는 전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정권 후반기 TK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한 최경환이었다. 이재용 체제 구축의 최대 사건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의 일등공신은 국민연금이었는데, 국민연금은 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설명이 가능하다.

이건희 체제는 전문 경영인과 전략가들이 최대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소병해, 윤종용과 같은 통찰력을 가진 전문 경영인, 지승림과 같은 전략가들이 대표적인 예다. 사심없이 일했기 때문에 이건희가 무한한 신뢰를 보낸 이학수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 투자 압박을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전략기획실을 사병화하는 과정에서 터진 ‘비자금’사건으로 인해 퇴진하고 말았다. 대략적으로 이병철 시대의 경영정신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 이건희 시대에도 절대적인 기여를 하였다.
이와 달리 이재용 체제는 조직을 직접 이끌어갈 야전형의 최고경영자(CEO)들이나 그룹 전체를 끌고 갈 대리인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올드보이 영업통인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전문 로비스트인 장충기 차장(사장) 정도로는 안정적인 경영 승계조차 힘겹다.

이재용 체제는 안정적인 경영 지배구조 확립 목적으로 무제한으로 계열사 매각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대표기업으로서의 고용, 투자등 사회적 역할은 어디에도 없다. 신수종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바이오및 전장 사업은 정부 정책을 마지못해 따른다는 생색내기 성격이 짙다.

이외에도 저자가 밝혀낸 이재용 체제와 이건희 체제의 비교점은 매우 많다. 이것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는 저자가 확신에 찬 관점(이재용으로의 경영 승계와 그 과정은 문제가 있다)을 가지고 다양한 자료 및 생존 인물의 직접적인 인터뷰를 통해 내용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삼성은 어떠해야 하는가? 오랫동안 적폐가 쌓여 굳어져 버린 삼성 내 관료제화를 깨기 위해서는 ‘이재용 체제의 방향’이 맞는가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 이건희 VS 경영인 이건희

이건희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유명한 초특급 스타였다. 먼저, 절대 넘볼 수 없다고 여긴 일본 전자기업들을 물리치고 삼성을 세계 최대의 전자기업으로 키운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병철 시대부터 시작된 반도체 사업을 더욱 크게 키워 “반도체 하면 삼성, 삼성 하면 반도체” 이미지를 구축한 신화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로 2007년 삼성비자금 폭로로 발족한 사법사상 초유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삼성특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국 사회의 리더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자타가 부인하기 어려운 그의 성공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희 경영은 한마디로 ‘신경영’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 시작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것과 달리 프랑크푸르트 방문 목적은 신경영 선언을 하기 위해 간 것이 아니라 해외 자동차 산업을 둘러보러 가는 것이었는데, 비행기 안에서 읽은 ‘후쿠다 보고서’가 촉발되어 일이 크게 확장된 경우다. 신경영으로 삼성의 체질은 바뀌었고,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이건희는 화두경영으로 유명하다. 선문답 같은 말을 툭 내뱉으면 다른 사람들이 그 진의를 알기 위해 고민하고, 그것들이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건희 회장의 지시 사항은 구체적으로 문서로 만들어져 내려가고, 거기에는 일련번호가 붙어 있다. 그래서 화두경영의 실체는 이건희의 스타일 가운데 하나인데, 대답을 찾으라는 의미보다 더욱더 긴장해서 일을 하라는 주문인 것이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이건희의 진면목에 대한 이야기가 수많은 증언과 자료를 토대로 다양한 관점에서 소개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건희가 아니라 이건희를 직접 알고 있던 사람들의 생생한 인터뷰에 근거하고 있어 이건희를 이해하는 데 자료적 가치가 크다고 자부한다.

삼성의 미래를 예측하다!

“소병해, 손병두, 이형도, 현명관, 이학수, 정준명, 황영기, 김인주.”

이들의 공통점은 삼성의 막강 파워권력이었고, 모두 비서실 출신이라는 것이다. 삼성을 알려면 비서실 체제를 반드시 알아야 하는데, 삼성의 비서실은 그 뿌리가 깊다.
한국전쟁 당시 서울에서 전 재산을 잃어버린 이병철은 대구에 남아 있던 직원인 이창업 전무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선다. 그 뒤로 삼성 오너家는 미래의 큰 그림과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문만 챙기고, 계열사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는데, 이를 컨트롤하기 위해 비서실을 운영해왔다.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하지만 삼성의 역사에서 비서실은 반드시 언급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자료 미비, 증언을 할 수 없는 입장인 그들의 함구로 그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저자는 삼성 조사맨 출신답게 최대의 인맥을 활용해 삼성 비서실 사람들의 역사를 꿰어냈다. 아울러 그들의 본모습을 헤아리는 데 최대의 노력을 경주했다.

특히 이학수에 대한 부분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삼성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이건희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원인 제공자라는 의견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삼성특검’ 이후 밝혀진 4조 원의 차명 비자금에 대한 사용 및 배분 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려 이건희가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는 것이다. 또 한 사람, 이병철과 이건희 양대에 걸쳐 비서실장을 지낸 소병해에 대한 재조명은 삼성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관점을 던져주고 있다.

삼성의 과거와 현재에서 성공의 정점에 있던 인물 이건희, 그를 이해하기 위한 저자의 확고한 관점과 다채로운 접근 방식으로 이건희를 총체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자 장점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병철 1세대, 이건희 2세대, 이재용 3세대의 변별점을 정확히 알 수 있고,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삼성은 어떤 기업인지를 확실히 인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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