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득희가 앞장서서 돈의문으로 달려갔다. 문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누구냐? 못 들어간다.”문을 지키던 나졸이 홍득희의 말을 막아섰다. 홍득희는 칼등으로 나졸의 정수리를 쳐서 기절시켰다. 다른 순라꾼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홍득희 일행은 돈의문을 통과해서 광화문 쪽으로 달렸다.홍득희는 얼마 가지 못해 수양대군 일행과 마주쳤다.“웬 놈이냐?”말을 탄 임자빈이 수양대군 앞에 나서며 홍득희를 향해 물었다. 여자가 말을 타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다시 물었다.“계집 아니냐? 수양대군 마마

“요즘 수양대군은 무슨 일로 낙을 삼는가? 사냥도 뜸한 모양이던데...”김종서가 넌지시 물었다.“제가, 뵈온 지가 오래 되어 아는 바가 없습니다.”김종서는 홍윤성이 거짓말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오늘 내가 활을 하나 줄 터이니 요긴하게 써라.”김종서가 벽에 걸린 활을 떼어 주었다. “좋은 활 같습니다. 한번 당겨 보겠습니다.”홍윤성이 힘껏 잡아당기자 활이 뚝 부러져버렸다. 무서운 힘이었다.“허허허. 대단한 힘이군.”김종서가

“혜빈 마마가 여비(여자 노예)한테 들었다면서 궁중에 그런 소문이 있다고 합니다. 안평대군을 내 대신 앉힌다는 이야기도 돌고... 나는 절대 믿지 않습니다. 허나 좌상의 입으로 확실히 말씀해 주세요.”“천부당만부당한 일입니다. 저는 오직 사직을 지키고 전하를 보위하기 위해 목숨을 바칠 것입니다. 소신이 왜 그런 말이 떠도는지 확실히 알아보고 여쭙겠습니다.”“되었소. 이 일은 우리 둘만 아는 것으로 하고 잊어버리십시오.”그러나 시좌소를 물러나온 김종서는 잊어버릴 수가 없

“사다노의 식구들은 모두 잘 있느냐?”김종서가 다정한 눈길을 보내며 물었다.“예. 제가 어릴 때부터 돌보고 있던 승유와 승미는 데리고 왔습니다. 아무래도 한성에 살아야 배울 것도 있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석이와 오마지도 함께 왔습니다.”“지금 어디에 와 있느냐?”“마포나루 근처에 백규일이 마련한 집에 있습니다.”“마포강 근처? 그럼 안평대군 별장 담담정(淡淡亭)이 있는 곳이냐?”담담정은 김종서가 안평대군과 시문을 짓거나 대작

수양대군 진영에서 피바람을 일으킬 준비가 진행되는 동안 안평대군은 다른 방식으로 일을 꾸미고 있었다. 틈만 나면 무령계에 선비들을 모아 시문을 읊으면서 자기 뜻에 동조하기를 기다렸다. 어느 날은 이현로를 시켜 마포강 별장에서 중급 이하 관원들을 모아 단합 잔치를 열었다. 이현로는 안평대군에게 방룡의 기가 흐른다는 비기의 예언을 핑계로 조야의 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력을 계속했다.마포강 별장 잔치가 한창 무르익을 즈음 느닷없이 수양대군이 수하 수십 명을 거느리고 나타났다.“국상 중에 여기서 뭣들 하는 짓이냐? 이 잔치를 주선한

[한국증권_신예성 기자] 젊은 추리소설 작가 다섯 명이 직접 소개하는 추리소설 걸작 50선을 펴냈다. 한국 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황금펜상’ 작가 박소해, 조동신, 무경, ‘신예상’ 작가 박상민, 이지유 등이 집필한 추리문학의 흐름과 이해, 독서 및 연구에 도움이 되는 역작이다.추리소설을 왜 읽느냐는 독서의 본질 문제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추리소설의 아버지 칭호를 받는 김내성은 추리소설의 본질은 “어?”하고 놀라는 마음이자 “으음!&rdq

“우선 무력을 움직일 수 있는 삼군부 오위의 절제사, 내금위 갑사, 의금부, 병조, 한성부의 군사들을 단속하도록 합시다.”김종서가 영의정 황보인에게 건의했다.“경복궁 천추전 빈청으로 가기 전에 병조, 형조 판서와 한성 부윤을 불러서 의논합시다.”“빈청은 붕어하신 천추전에 설치하는 것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김종서가 서둘러 일어서면서 말했다.문종 임금이 승하한 첫날은 무사히 저물었다. 천추전에 빈청이 설치되고 내금위 갑사들이 엄중한 경계를 폈다. 세자 홍위는 빈청에서 밤

문종 3년. 한편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 문종한테 가장 큰 걱정이 후사 문제였다. 이제 겨우 열 두 살인 세자 홍위에게는 뒤에서 발을 내리고 수렴첨정을 해줄 대비가 없기 때문이었다. 대비뿐 아니라 왕대비도 없었다. 궁중 내명부의 어른들이 모두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오직 세종 임금의 후궁인 혜빈 양 씨만이 내명부의 명목상 어른일 뿐이었다. 혜빈 양 씨는 후궁인데다가 자신의 아들 한남군과 수춘군, 영풍군이 있어 무슨 흑심을 가지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외로운 문종은 병석에 누워 평안도에서 막 돌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 마음입니다.”이 문답에 주위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그러나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허허허. 자네와 농담했을 뿐이다. 자, 술이나 마시자.”수양대군이 말을 얼버무렸다.“마마, 도승지께서 오셨습니다.”수양대군의 근수노비 임어을운(林於乙云)이 수양대군 가까이 와서 귀에 들릴 듯 말 듯하게 말했다.“여기로 모시고 오너라.”곧이어 문종 임금의 도승지인 강맹경이 허리를 크게 굽혀 절하고 들어

이튿날 새벽 집현전에서 잠을 깬 성삼문과 박팽년, 신숙주는 방안이 훈훈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아 벌떡 일어났다. 그들에게는 담비 털가죽 이불이 덮여 있었다. 밖에는 아직도 흰 눈이 펄펄 쏟아지고 있었다. 담비 이불은 임금님과 왕후의 침방에서만 쓰는 물건이었다.“전하! 정말 황공하옵니다.”두 선비는 이불자락을 쥐고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문종은 활쏘기와 말 타기를 좋아하고 학문을 즐겨 책도 열심히 읽었다. 병법을 개발해서 삼군부에 내려 보내기도 했다. 그 대신 여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전의 세자빈이

“동쪽으로 이동하자면 이 엄동설한에 백산 줄기를 가로질러야 하는데 그런 무모한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오.”“그럼 어디로 숨었을까요?”“홍 두령이 여기서 한 이틀만 푹 쉬고 있으면 내 부하들이 알아내 올 것이오.”범찰의 말이 옳았다. 에센부카가 불화왕과 의견 충돌을 일으켜 조선침공을 포기하고 몽골로 돌아갔다는 것을 범찰의 부하들이 알아냈다.홍득희는 범찰로부터 대접을 잘 받고 중요한 정보를 알아내서 평안도로 돌아왔다. 병환 중에 즉위한 문종 왕은 용상이 바늘방석이었다.

“우리 추장님이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 우리 추장님은 체격이 엄청 좋고 정력도 서너 놈 뺨치거든.”산발머리가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추장 이름이 무엇이오? 여진 사람이오?”“네가 이름은 알아서 뭐할 거야. 그냥 눈 감고 시키는 대로만 하고 있으면 잡아먹지는 않을 걸.”산발머리가 제법 크고 넓은 병영으로 홍득희를 데리고 들어갔다.“추장님, 데리고 왔습니다.”돌아서서 칼을 매만지고 있던 덩치 큰 추장이 돌아섰다.“엇? 추장님!”

[한국증권_조진석 기자] 약속(約束·Promise)을 소재로 한 디지털문학상 공모전에서 이현숙 씨의 이 대상을 수상했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인 등용문인 '문학상'열기도 뜨거웠다.15일 한국디지털문인협회(이사장 이상우, 회장 김종회)는 '제3회 ‘한국디지털문학상’ 대상 수장자로 이현숙 씨의 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최우수상에 서현정씨의 이 선정되었다.해마다 주제

“네가 여진 여자란 말이지? 그 칼 버리고 이리 나와 봐. 어디 얼굴이나 좀 보자.”“여자 살 만져본 지도 오래 되었구먼. 흐흠, 나이는 들었지만 제법 반반한데...”홍득희는 좁은 방안이라 여러 놈을 상대해서 싸우면 매우 불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당신들은 어느 추장 밑에 있는 군사들이오?”홍득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우리 대장은 네가 알 필요 없다. 너희 패거리는 이미 모두 묶어 놓았으니 엉뚱한 생각 말고 순순히 따라야 한다.”홍득희는 칼

홍득희 일행은 가장 가까이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홍득희를 따라간 사람은 송오마지와 탈탈 출신 청년이었다.“주인장 계시오?”송오마지가 여진 말로 주인을 찾았다.한참 만에 늙수그레한 여자가 나왔다. 때 절은 옷을 덕지덕지 입고 있었다.“제가 이 집 주인인데요. 무슨 일입니까?”여주인이 잔뜩 경계의 눈초리를 아래위로 굴리며 물었다. 겁먹은 표정이 역력했다. 방안에서는 문을 빠꼼히 열고 남매인 듯한 어린아이 둘이 내다보고 있었다.“우리는 명나라에 가는 여진 사람들인데 길을 잘못 들어

[한국증권신문_이병철 기자] 언론인 이상우(李祥雨)가 '긴 생각 짧은 글'(지식을 만드는 지식 출판사)를 통해 출간했다.'긴 생각 짧은 글'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언론인·작가·대학교수로 여든 중반을 살아 온 이상우가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현시대를 진단하고 있다. 잠언((箴言)과도 같은 미래의 통찰을 담아 낸 책이다.이 책에는 한국의 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정주영(현대그룹 창업주)·구상(시인)·김동길(대학교수)·중광&midd

평안도는 그동안 박호문이 맡고 있었다. 방비가 말이 아니었다. 길목에는 많아야 수백 명 아니면 수십 명의 병사만이 드문드문 배치되어 있을 뿐이었다. 화력도 볼품이 없었다.김종서는 다시 문종에게 상황을 알리고 작전 변경을 요구했다.“몽골군이 침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1천 리의 길목에는 방어할 산성 16개소와 요충 25개소가 있습니다. 여기에 군사가 나누어 배치되어 한 곳에 많아야 3백 명, 적은 곳은 수십 명에 불과합니다. 이런 포진으로는 싸울 수가 없습니다. 요충을 대폭 줄이고 거점 방어 형태로 전선을 바꾸겠습니다. 병력을

그 다음날 대전에는 급보가 날아들었다. 평안도 관찰사로부터 병조를 거쳐 문종에게 보고된 급보는 압록강 북쪽과 파저강 일대에 몽골 대군이 집결하여 침공할 태세라는 것이었다.문종은 영의정 하연, 좌의정 남지, 우찬성 정분 등을 불러 모아 대책을 의논했다.“원나라의 후예인 달달족 추장들이 합세하여 국경을 침범할 태세라고 하니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심히 걱정이오.”임금이 대신들을 굽어보며 말했다.“군사를 정비하여 서북 변경 방어를 서둘러야 합니다.”정승 하연이 고개를 조아렸다.“김

김종서 장군과 함께 온 송오마지가 한마디 했다.“쇤네는 옥문기의 말만 믿었습니다.”“옥문기는 누구의 지령을 받았다고 하더냐?”“무계정사의 집사로부터 부탁을 받았다고 했습니다.”“뭐야? 무계정사? 그럼 안평대군 사저의 집사가 지령했다는 말이냐?”김종서는 물론 홍득희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깜짝 놀라 입을 크게 벌렸다.“그 집사 이름이 무엇이라더냐?”김종서가 다그쳤다.“상충 나으리라고 하였습니다.”“

캘리포니아(State of Californi)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미국 서부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디즈니랜드를 비롯해 금문교 등 다양한 해변이 위치해 있다. 일출과 일몰은 장관이다. 캘리포니아의 팜 트리는 이국적 풍광을 연출한다. '캘리포니아 팬 팜'(California Fan Palm)으로 알려져 있다. 전미영 작가의 전시회는 캘리포니아에서 온 선물 같다. 갤리포니아 팬팜을 잘 표현하고 있다. 나무처럼 성장하는 야자수와 같은 홑잎 식물로, 튼튼한 기둥 모양의 줄기와 왁스 같은 팬 모양의 잎을 가지고 있다. 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