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증시 격언도 있지만, ‘주식’과 동거하며 24시간을 같이 하는 사람이 있다. 그의 사무실에는 휴대용 접이식 침대와 책상 위에 놓인 5개의 모니터 화면이 눈에 띈다.
매일 오후 9시에 취침해 새벽 2시에 일어난다는 그는 친구들과의 술자리, 문화생활, 취미생활 등은 포기한지 오래다.
일주일 내내 사무실에서 생활하다보니 가족과의 만남은 일주일에 고작 하루이틀 뿐이다. 꿈에서도 ‘헤지펀드 매니저들과 열띤 토론’을 한다는 동양종금증권 박문환(41)부장.
주식과 사랑에 빠졌지만 언제나 그는 당당하다.
그는 ‘샤프슈터’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사이버애널리스트이자, 동양종금증권 여의도지점의 투자상담사이다.
그는 주식을 사랑하지만 ‘잦은 매매’를 일삼는 단기 투자자가 아니다. 많은 고객들이 그에게 투자상담을 받고 일임매매를 부탁하기도 하지만 그는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증권사 직원이 아니다.
몇 년간 증권방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1회 방송을 위해 10시간을 준비할 만큼 꼼꼼하고 고지식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투자 철학은 ‘유연’하다. 잇따른 사업 실패 경험 때문일까, 주식투자는 철저하고 신중하다. 그래서 케이블 증권전문방송 시청자들은 그를 ‘가장 존경할 만한 사이버 애널리스트’로 꼽는다.
그는 인하대학교 건축학과에 입학해, 군제대 후인 대학시절부터 건축 사업에 뛰어들었다.
29세때, 거액의 공사를 완료했지만 어음사기로 16억원의 빚을 졌다. 2번의 사업실패로 그는 노숙자 생활을 경험하기도 했고, 가족과 동반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가 주식투자에 매진하게 된 것은 99년.
“아는 분의 도움으로 다시 공사 현장에서 일하게 됐다. 큰 병원공사가 들어와 차츰 빚을 갚아 나갔고, 99년부터는 건축일을 접고 오직 주식에만 매달렸다”
그는 대학시절 주식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주식투자를 시작했지만 투자성적은 좋지 않았다고 했다.
“사업 실패 후 우연히 주식단말기를 하루 종일 보게 됐는데 뭔가 감이 왔다”
이후 그는 주식공부에 열을 올렸다. 증시 100년 역사를 공부하고, 한국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글로벌시장을 먼저 들여다봤고, 각 국가의 경제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그 국가의 문화, 역사, 예술까지 섭렵했다.
그만의 주식투자 비법은 간단하다. ‘정석투자’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주식시장 100년을 돌아보면 ‘잦은 매매’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로 대형주 위주로 거래하며 적어도 6개월 이상 보유한다. 고객들에게도 연 10%정도의 수익률에 만족하라고 한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유연한 사고’이다. 개인들이 주식투자에 실패하는 이유 역시 ‘유연한 사고’를 하지 못하고 ‘고정관념’에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에게도 역시 실패의 경험은 여러번 있다. 그때마다 그는 “일신우일신의 의미를 되새기며 한번 저지른 실수는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최근 주식시장 흐름에 대해 그는 ‘상황분석이 필요한 시기’라고 분석했다.
“99년과 2000년은 기술적 분석이 대세였지만 이제는 기술적분석이 역으로 이용당해 실패하는 경우가 높다. 그래서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미국은 심리분석이 대세다. 큰 흐름을 볼 줄 알아야 주식시장을 파악할 수 있다. 뉴스를 단순한 호재, 악재로 나누는 것을 넘어 과거 경험과 비교해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국제적인 감각을 기르고 넓고 종합적인 제너럴(General)한 분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그가 5개나 되는 모니터 화면을 하루 종일 들여다보며, 24시간 주식만 생각하는 이유는 전세계 구석구석을 살피며 매일 정보와의 싸움을 벌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자신만의 저평가된 종목을 찾는다. 기업의 실제가치가 시장의 편견, 일시적인 뉴스, 왜곡된 판단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종목이다.
그가 주식을 사랑하는 이유는 ‘주식투자는 철저한 자신과의 싸움’으로 ‘거짓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몇 년 뒤에도 그는 “주식과 함께 할 것”이라며 “금융·주식 교육관이나 아카데미를 열어 대한민국이 금융 강국이 되는 날까지 ‘꿈나무’를 육성하고 싶다”고 말했다.